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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명예훼손죄는 어떠한 경우에 성립하는가? 본문
Ⅰ. 글의 첫머리에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다. 너 나 할 것 없이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보고 페이스북을 한다. 출근시간 지하철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자녀들이 인터넷게임에 빠졌다고 걱정하는 부모들도 많다.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달았다가 벌금 전과자가 되어 취업에 지장이 있을까봐 고민하는 대학생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을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인터넷에 상대의 약점, 비리 등을 폭로함으로써 상대를 매장시키려는 것이다. 나체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공갈치는 사람도 있고, 연인과 헤어지면서 명예를 훼손하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명예훼손으로 인해 피해자는 순식간에 매장되고,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인터넷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면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지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러한 내용을 사실로 믿는다. 수사가 시작되기도 한다. 나중에 무혐의를 받아도 사람들은 처음에 보도된 사실만 기억하지, 나중에 무죄를 받았다는 사실은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악성댓글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리거나 폐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인터넷 명예훼손행위는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라 피해자들이 형사고소를 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법원의 처벌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하여 명예훼손죄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명예란 무엇인가?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언론에서 사실보도를 하는 경우에 처벌되지 않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때 ‘사실의 적시’의 의미는 무엇이고, ‘공연성’ 내지 ‘전파가능성’은 어떻게 인정되는가?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하면 어떤 절차가 진행되고,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되는가? 이러한 것에 대해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Ⅱ. 명예를 훼손하면 반격을 당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남과 다투거나 싸움을 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워낙 나쁘게 나오면 하는 수 없이 싸우게 된다. 성인군자가 아니거나 인격적으로 수양이 덜 되었기 때문에 그렇다. 예전에는 폭행, 상해사건이 많았다. 성질을 참지 못하고 주먹부터 나갔다.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곳에서 집단 패싸움도 적지 않았다. 맥주병으로 찌르고, 의자로 머리를 치고, 칼을 휘둘렀다. 그러다가 공동상해죄, 특수상해죄로 징역까지 살았다. 피해자도 사소한 문제로 감정싸움을 하다가 칼에 찔려 중상해를 입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요새는 말과 글로 싸운다. 다른 사람을 욕하고 비방하고, 글로 명예를 훼손한다. 옛날에는 몇 사람 있는 장소에서 그냥 말로 욕설을 하고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으로 그쳤다. 지금은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즉시 전 세계로 퍼지고 영원히 남는다. 폭행하는 것보다 인터넷에서 명예훼손 하는 것이 훨씬 더 데미지가 크다. 인터넷 시대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명예훼손행위, 타인에 대한 모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고소를 하면 경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고, 벌금을 내기도 한다.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되어 집행유예를 받거나 실형을 살기도 한다.
어떤 아파트단지에서 일어난 일이다. 동대표 회의석상에서 서로 싸우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동대표, 관리소장, 아파트 주민들이 수십 명 모인 자리에서, 갑은 ‘을이 벌금을 낸 전과자다’라는 발언을 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저 사람이 전과자야? 어쩐지 이상해 보이더니, 전과자라 그랬구나!” 그 소문은 순식간에 아파트단지 주민들에게 퍼졌다. 전과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당사자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풀이 죽어 지내게 되었다. 변호사에게 상의했더니, 비록 그 사람이 벌금을 낸 전과사실이 있다고 해도 그런 사실을 여러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발언한 것은 형법상 사실을 공개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자문을 받았다.
피해자는 변호사의 코치를 받아 자신의 전과사실을 널리 퍼뜨린 가해자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했다. 위자료까지 청구하려고 했으나, 그건 나중에 형사고소사건 처리 결과를 봐서 해도 될 것이었다. 다만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는 3년이기 때문에 발설행위로부터 3년 안에만 법원에 소장을 내면 된다.
가해자는 결국 검찰에 의해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가해자는 주민들의 이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발언이라고 위법성조각사유를 주장하였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에서는 가해자의 위와 같은 발언은 구체적 사실의 적시이고, 단순한 의견의 표명이 아닐 뿐 아니라, 당시 피해자의 동대표 결격사유에 대하여 발언함에 있어서 주된 논점을 벗어나 공연히 피해자의 전과사실 및 폭력성을 강조하였던 점에 비추어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도1388 판결 참조).
가해자는 결국 대법원까지 3번 재판을 받아 유죄판결을 받고 형사처벌되었다. 명예훼손죄는 이와 같이 무거운 범죄다. 말을 잘못하면 조사받고 재판까지 받아 전과자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다른 사람에 관하여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발언을 공연한 장소에게 하면 안 된다. 각별히 조심해야 할 일이다.
Ⅲ. 인터넷 댓글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된다
유명 연예인 소속사에서 연예인에 대한 지속적인 악성 게시물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는 경우가 있다. 비공개 카페에서 연예인에 대한 악플이 게시되는 경우, 피해자 측은 자체 모니터링과 제보자들의 자료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여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한다.
연예인에 대한 모욕적인 비방과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 인격 모독 등 무분별한 악플을 지속적으로 게재하는 사람들을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로 고소하면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초범인 경우 교육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된다.
인터넷에 기사가 게재되면, 그러한 기사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단다. 일반인은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인터넷에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닉네임으로 댓글을 달면 별문제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갑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피해자 을에 대한 기사란에 을이 재벌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거나 아이를 낳아준 대가로 수십억 원을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이 있는 것처럼 댓글이 붙어 있던 상황에서, 추가로 “지고지순의 뜻이 뭔지나 아니? 모 재벌님하고의 관계는 끝났나?”라는 내용의 댓글을 게시하였다.
갑이 이와 같이 인터넷 기사에 추가로 댓글을 달아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는 형사처벌이 되는 것인가? 검사는 갑에 대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죄를 인정하여 기소하였다.
갑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미디어 다음(www.media.daum.net)의 피해자에 대한 기사란에 ‘OO’라는 닉네임으로 게시한 댓글은 떠도는 소문에 대한 의문제기 정도에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였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란 반드시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에 한정할 것은 아니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전 취지에 비추어 그와 같은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으면 족하다. 갑의 위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통하여 허위 사실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암시하는 방법으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한다.
갑은 자신이 게시한 내용은 연예정보를 다루는 모든 방송, 신문, 잡지 등에서 다루어진 내용이기에 공연성이 없는 것이라고도 주장하였다. 법 제61조 제2항 위반죄에 있어서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적시된 사실이 이미 사회의 일부에서 다루어진 소문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적시하여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행위를 한 때에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대법원 1994. 4. 12. 선고 93도3535 판결).
갑이 게시한 댓글은 해당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쉽게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사란에 댓글을 게재한 행위는 당연히 공연성이 있는 것이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 고려하여 결정한다(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도648 판결).
갑이 떠도는 소문만 듣고 그 진위를 확인하지도 아니한 채 앞서 본 바와 같이 인터넷을 통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의 댓글을 단 이상, 갑에게 비방의 목적이나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2422 판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Ⅳ. 개인 블로그 비공개 대화의 명예훼손죄 해당 여부
갑은 인터넷 블로그에서 ‘AAA’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을과 대화를 나누었다. 갑은 을과의 대화에서 제3자인 ‘병’에 대한 허위사실을 기재하였다. 을은 갑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했고, 피해자 병은 갑을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형사고소를 하였다.
갑의 행위는 전파가능성이 있었는가, 갑이 자신의 명예훼손행위가 유포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 쟁점이 되었다.
원심은 갑이 을과 사이에 나눈 공소사실과 같은 대화는 피고인의 인터넷 블로그에서 이루어진 일대일 비밀대화로서 공연성이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검사는 상고를 하여 다투었다. 대법원은 검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공연성을 인정한 것이다. 전파가능성을 인정하여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
을이 비밀을 지키겠다고 말하였다고 하여 그가 당연히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위 대화는 공연성이 있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하던 갑이 퇴사하면서 피해자 건축사의 승낙 없이 지시부, 공문발송철 등의 서류를 임의로 가지고 간 경우, 갑에게는 절도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였다. 또한 갑이 피해자 건축사 을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의 글을 한국건설감리협회나 다음카페의 전국감리원모임 인터넷게시판에 올린 사안에 대해, 피고인 갑의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사실을 적시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고, 갑이 회원으로 가입된 자만 내용을 알 수 있는 다음카페의 전국감리원모임의 인터넷게시판에 글을 올렸다고 하여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던 이상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06. 5. 25. 선고 2005노4541 판결).
Ⅴ. 인터넷에 타인을 동성애자라고 비방한 경우
갑은 인터넷사이트에 을은 동성애자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을은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닌데, 갑이 인터넷사이트에 동성애자라는 취지의 글을 써서 올렸다는 점에 대해 갑을 상대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갑은 과연 을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는 것인가? 그리고 그에 대해 적용될 죄명과 법조는 무엇일까?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 위하여는 범인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여야 한다.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보통 말이나 글로 한다. 요새는 특히 인터넷을 이용하여 하는 경우가 많다.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기재하여야 성립한다. 사실이 아닌 단순한 의견 내지 평론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적시하되,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여야 성립한다.
그렇다면, 위 사안에서 “을은 동성애자이다”라는 표현이 을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A는 키가 작다”, “B는 매일 늦잠을 잔다”, “C는 왼손잡이다”, “D는 노래를 아주 못 부른다”라는 사실을 적시하여, 이러한 사실을 인터넷에 올려놓았다고 해도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설사 이러한 사람들이 키가 크거나, 매일 늦잠을 자지 않거나, 오른손잡이거나, 노래를 보통으로 부른다고 해도, 이러한 표현이 그 사람들에 대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을은 동성애자이다”라는 표현이 을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이를 긍정하였다.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 여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 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그로 인하여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판단된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피해자가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인터넷사이트 싸이월드에 7회에 걸쳐 피해자가 동성애자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사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경우 사회적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하여 이 사건 글을 게재한 점 등 그 판시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위와 같은 글을 게시한 행위는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5077 판결).
전자게시판을 설치, 운영하는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이용자에 의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전자게시판에 올려진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이를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공개게시판에 게재된 글들이 정보서비스이용약관 소정의 ‘다른 이용자 또는 제3자를 비방하거나 중상모략으로 명예를 손상시키는 내용인 경우’에 해당하고, 전기통신사업자가 피해자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조치 요구에 따라 그러한 글들이 공개게시판에 게재된 것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6개월가량이나 이를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하여 둠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였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전기통신사업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에게 전자게시판 관리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서울지법 2001. 4. 27. 선고 99나74113 판결).
Ⅵ.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훼손하면 처벌된다
어떠한 경우에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가? 이것을 먼저 정확하게 알아야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명예훼손행위를 하였을 때 형사고소를 하든, 민사소송을 하든 일응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 형법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조문을 잘 읽어보아야 한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07조 제1항).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08조와 제311조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한다. 보호법익은 외적 명예이다. 외적 명예라 함은 사람의 인격적 가치와 그의 도덕적 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말한다.
명예훼손죄는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한다. 집합적 명사를 쓴 경우에도 어떤 범위에 속하는 특정인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하면, 이를 각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하므로,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728 판결 등 참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에 대한 관계에서 형벌의 수단을 통해 보호되는 외부적 명예의 주체가 될 수는 없고, 따라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4도15290 판결).
Ⅶ. 의견이나 평론은 처벌대상이 아니다
명예훼손은 어떠한 구체적인 사실을 발언하거나 글로 써야 된다. 여기에서 사실에 해당하는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사실이 아닌 의견이나 평론은 명예훼손의 대상이 아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타인에 대한 비판은 허용되기 때문이다.
사실이란 오관의 작용에 의해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화되고 입증이 가능한 과거 또는 현재의 구체적인 사건이나 상태를 말한다. 장래의 사건은 현재나 과거의 사실이 아니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사실에 포함되지 않는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적시의 대상이 되는 사실이란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증명할 수 있는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을 말하며, 장래의 일을 적시하더라도 그것이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을 기초로 하거나 이에 대한 주장을 포함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사실의 적시’는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이다.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한다.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5628 판결).
적시행위의 직접적인 대상은 타인의 인격적 가치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성질의 사실을 말한다. 사실은 악행이나 추문에 관한 것이 아니라도, 사람의 인격적 가치 내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면 된다.
행위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이 아니고 추측사실이나 소문에 속한 사실이라도 무방하다. 시간 장소 등이 특정되지 않더라도 사실은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구체성 없는 추상적 사실은 가치판단의 대상일 뿐 적시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숨겨진 사실을 적발하는 행위 만에 한하지 아니하고 이미 사회의 일부에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적시하여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행위를 한 때에는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
적시된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비록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러한 구체적인 사실이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적시된 내용 중의 특정 문구에 의하여 그러한 사실이 곧바로 유추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허위사실의 적시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하여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1226 판결).
어떠한 표현행위가 사실을 적시하는 것인가 여부는 당해 표현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의 독자가 보통의 주의로 표현을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표현에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표현의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표현이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6도6322 판결).
글의 집필의도, 논리적 흐름, 서술체계 및 전개방식, 해당 글과 비평의 대상이 된 말 또는 글의 전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평균적인 독자의 관점에서 문제 된 부분이 실제로는 비평자의 주관적 의견에 해당하고, 다만 비평자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이해된다면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신문이나 월간지 등 언론매체의 어떠한 표현행위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인지 여부는 당해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의 독자가 보통의 주의로 기사를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기사에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기사의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기사가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 여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여도 사회통념상 그로 인하여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판단된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5077 판결).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는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에 한정된 것은 아니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전 취지에 비추어 그와 같은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으면 충분하다(대법원 2000. 5. 30. 선고 99도4830 판결 참조).
행위자의 발언은, ①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함께 기술하면서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서 자신의 주관적인 종교적·교리적 분석에 기초한 순수한 의견 또는 논평에 해당하는 것이고, ② 전체적인 맥락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일 뿐 이를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③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6도5924 판결 참조).
Ⅷ. 허위사실을 적시하면 무겁게 처벌된다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07조 제2항).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일 뿐 아니라 행위자가 그 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하면서 명예훼손행위를 하는 것은 가벌성이 높기 때문이다.
“갑은 성폭력범죄로 징역을 살고 나온 전과자다”라는 발언을 한 경우, 그러한 전과사실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갑이 전과자가 아닌데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가중처벌된다.
허위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민사판결의 사실인정이 항상 진실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관계 등에 대하여 민사판결을 통하여 어떠한 사실인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후 그와 반대되는 사실의 주장이나 견해의 개진 등을 형법상 명예훼손죄 등에 있어서 ‘허위의 사실 적시’라는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5628 판결).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허위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발언을 들었을 경우와 비교하여 오히려 진실한 사실을 듣는 경우에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더 크게 침해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양자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라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도13718 판결).
허위사실 적시의 경우에는 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사건에서 검사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 적시되었다는 점, 그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허위일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서 이를 적시하였다는 점을 모두 증명하여야 한다.
행위자가 그 사항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였는지 여부는 성질상 외부에서 이를 알거나 증명하기 어렵다. 공표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소명자료의 존재 및 내용, 피고인이 밝히는 사실의 출처 및 인지 경위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공표 경위, 시점 및 그로 말미암아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도2627 판결).
허위사실적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함에 있어 적시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고,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은 검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증명하여야 하고, 단지 공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다.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진다.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사실임을 입증할 수 있다.
Ⅸ. 공연성 또는 전파가능성이 있어야 처벌된다
갑은 연인관계에 있었던 을이 연락을 피하자 을이 아는 사람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을이 과거에 다른 남자로부터 돈을 받아 생활했다.”는 취지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갑은 사람들에게 보낸 메시지에 음란물을 첨부하고 “영상에 등장하는 여자가 을이다.”라고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 을은 갑을 상대로 경찰에 형사고소를 했다. “을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을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였다. 을이 갑을 상대로 고소한 죄명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였다.
1심에서는 갑이 허위사실을 문자메시지로 보냈고, 이를 받은 피해자 을의 아는 사람들이 이러한 문자메시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갑에 대하여 벌금형을 선고했다.
갑은 억울하다고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는 갑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갑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갑이 다른 사람들에게 허위사실을 기재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러한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 중 하나인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도 갑의 행위는 무죄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반드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동시에 인식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이 없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도7497 판결).
전파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발언을 하게 된 경위와 발언 당시의 상황, 행위자의 의도와 발언 당시의 태도, 발언을 들은 상대방의 태도, 행위자·피해자·상대방 상호 간의 관계, 발언의 내용, 상대방의 평소 성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사안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공연성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6도21547 판결).
통상 기자가 아닌 보통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할 경우에는 그 자체로서 적시된 사실이 외부에 공표되는 것이므로 그때부터 곧 전파가능성을 따져 공연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기자를 통해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기사화되어 보도되어야만 적시된 사실이 외부에 공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기자가 취재를 한 상태에서 아직 기사화하여 보도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할 것이어서 공연성이 없다(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도5622 판결).
Ⅹ.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행위
명예훼손이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형법은 이와 같은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행위를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형법 제309조 제1항, 제2항 소정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한다.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 있어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서,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그 보도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보도가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 보도가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보아 공적 존재에 대한 공적 관심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
당해 표현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그 평가를 달리하여야 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
Ⅺ. 위법성이 없어 처벌되지 않는 경우
어느 협회에서 갑이 을을 협회 이사장으로 추천한 동기는 을이 특정 건물의 한 개 층을 갑에게 마련해 주기로 해서라는 취지의 유인물을 병이 만들어 회원들에게 배포하였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한 병을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하였다. 법원에서는 병의 행위를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법원은 병이 호소문을 통하여 적시한 내용이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하며, 또한 병으로서는 갑이 을로부터 5층 건물을 증여받는 대가로 을을 이사장으로 추천하였다고 인식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병의 행위는 대의원들의 공정한 투표를 촉구하는 방법으로 이사장 선거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유지함과 아울러 협회의 대외적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서 협회 운영에 관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보았다. 유인물 배포에 있어 개인홍보 또는 타인에 대한 비방 등 개인적인 동기가 다소 개재되었다고 하더라도 병의 행위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는 데 어떤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도88 판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형법 제310조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않기 위하여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될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거나 적어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4. 8. 26. 선고 94도237 판결 참조).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제307조 제1항의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그중에서도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인 때에 한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한다. 공공의 이익이라 함은 널리 국가ㆍ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을 포함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개인의 사적인 신상에 관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이나 이를 통하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 등의 여하에 따라서는 그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판 내지 평가의 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개인의 사적인 신상에 관하여 적시된 사실도 그 적시의 주요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와 같은 의미에서 형법 제310조 소정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4도3309 판결).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공표된 사항이 일반인의 감수성을 기준으로 하여 그 개인의 입장에 섰을 때 공개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에 해당하고 아울러 일반인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서 그것이 공개됨으로써 그 개인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질 사항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
Ⅻ. 글을 맺으며
남의 소문을 잘못 내면 처벌받는다. 인터넷에서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악성 글을 올리면 특별법으로 처벌받는다. 댓글만 달아도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에선 개인의 명예는 아주 소중하다. 때문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무겁게 처벌받는다. 더군다나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유포시키면 가중처벌된다.
요새는 피해자가 일단 가해자를 상대로 경찰서에 형사고소부터 하기 때문에, 나중에 무죄를 받는다 해도 피고소인의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인터넷 상의 증거가 명백하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이 진실이라고 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다.
언론의 자유와 관련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한 사실을 유포한 경우, 구성요건은 인정되지만 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발설한 사람이나 유포한 사람은 피의자로 조사받고, 피고인으로 재판받고,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3심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친 형사재판을 받아야 한다. 수사나 재판받는 정신적 고통이 보통이 아니다.
인터넷에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글을 올려서는 안 된다. 굳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글을 올리는 경우에도 고소를 당하는 경우를 예상해서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거자료를 확보해놓고, 비방의 목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8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cdla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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