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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설’ 김정현·서예지…그들에게 배우란, 방송이란 뭐였을까?

그바다만큼 2021. 4. 15. 09:18

2018년 드라마 <시간>(문화방송) 제작발표회 당시 내내 무뚝뚝한 표정으로 서 있던 김정현(오른쪽). 서현이 팔짱을 끼려고 하자 피하며 무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문화방송 제공

 

 

 

‘서예지, 김정현 조종설.’ 요즘 온라인에서 관련 기사로 도배되는 핫이슈다. 처음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티브이엔)에 함께 출연했던 ‘김정현과 서지혜의 열애설’로 시작해 3년 전 방송한 드라마 <시간>(문화방송)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서지혜가 열애설에 대해 “(김정현에게) 소속사 이적 문제를 조언했을 뿐”이라고 해명하자, 김정현과 소속사의 갈등으로 화제가 옮아갔다. 소속사가 “활동 중지 기간을 고려하면 계약 기간을 11개월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3년 전 <시간> 사건이 다시 떠올랐다. 당시 김정현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12회 만에 중도 하차했는데, 실은 ‘연애 문제’ 탓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상대 배우인 서현과의 커플 포즈를 거부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김정현이 갑자기 빠지면서 대본 수정이 불가피했고, 결국 드라마는 산으로 갔다.

잊힌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름 하나가 따라왔다. 서예지. 당시 김정현의 연인이었던 서예지가 뒤에서 그를 조종했다는 것이다. “로맨스 없게 잘 수정하고.”(서) “스킨십 노노.”(서) “여자들에게 딱딱하게 대하고.”(서) “감독님에게 멜로·로맨스 싹 지워달라고 했어.”(김) 한 연예 매체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라며 공개한 내용이 맞는다면, 공포 영화가 따로 없다. 실제로 <시간>에서 연인으로 나오는 김정현과 서현은 손도 안 잡는다. 결혼식 장면에서도 따로 걸어간다. 그걸 서예지가 시켰고, 김정현은 따랐다는 말인가?

서예지 소속사는 13일 공식입장을 내어 “연인 사이인 배우들 간에 흔히 있는 애정 싸움”이라고 일축하며 “모든 배우는 이와 별개로 촬영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김정현씨도 다른 불가피한 개인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논란이 된 내용대로 드라마 주연배우가 누군가의 말에 따라 본인의 자유의지 없이 그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맞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그저 애정 싸움으로 여기고 넘길 일이 아니다. 시킨다고 따랐다면 김정현은 대체 배우를 뭘로 생각하는 걸까?

앞에서 연기하는 서현은, 옆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는 안 보였던 걸까? 최근 <아내의 맛>에 출연한 함소원은 삶 자체를 거짓으로 꾸며 시청자를 속이고, 그 인기를 이용해 제품을 팔아 돈을 벌었다. 제작진은 함소원네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들에게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서예지와 김정현은 <시간>을 자신들의 애정을 확인하는 도구로 생각했던 걸까? 두 배우를 둘러싼 다른 가십과 논란은 둘째 치고, 공과 사 구분조차 못하는 배우라면, 우리가 마음으로 그들의 작품에 스며들 수 있을까? 김정현은 14일 “주인공이자 배우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3년 전 ‘시간’을 되돌리기엔 늦었다.

한겨래신문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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