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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자산어보, '무채색의 미학' 한편의 수묵화처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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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자산어보, '무채색의 미학' 한편의 수묵화처럼

그바다만큼 2021. 4. 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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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요한 14,27)

이준익 감독의 새 영화 <자산어보>1801년 신유박해 때 정약종, 정약전, 정약용 삼 형제가 잡혀, 맏형인 정약종은 순교하고, 정약전은 흑산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떠나면서 시작된다.

 

영화의 주인공 정약전은 낯선 흑산도에 들어와 바다 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혼자서 연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바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졌지만, 글공부에 관심이 많은 창대라는 청년을 만나 서로의 지식을 교환하는 조건으로 연구를 이어간다.

 

 

정약전의 동생인 정약용이 <목민심서>,<경세유표>, <여유당전서>와 같은 나라의 통치를 위한 저술에 힘을 쓴 것과는 달리 정약전은 왜 실용적인 백성의 삶을 위한 실질적인 지식이 더 필요하다는 자신의 사상을 실천하기 위해 이 연구에 몰입한 것이다.

 

 

정약전은 창대에게 글공부를 가르쳐주고, 대신 창대에게 바다 생물에 대해서 배우면서 자료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양반과 평민이라는 신분의 구분은 서로의 배움을 막지 못하고,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벗이 되어 간다.

 

 

순탄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창대의 글공부가 수준에 다다르자 깨어지고 만다. 평소 정약용의 사상을 따라 성리학에 따른 바른 정치를 통해 백성을 구제하고자 하는 창대는 정약전을 떠나 뭍으로 떠나게 된다.

 

 

이 영화는 정약전을 만났지만, 정약용의 사상을 따라 세상에 나간 창대를 통해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 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바른 정치를 꿈꾸었으나 타락한 관리를 마주하는 창대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리스도인으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불의에 분명히 반대하고, 올바른 봉사자를 뽑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의무이다. 하지만 세상의 방식에 익숙해지는 순간 당연히 지켜야 할 주님의 현존을 잃어버리게 될 수 있다.

 

 

예수님께서 로마의 지배를 벗어나게 할 정치적 메시아가 아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메시아가 되신 것처럼, 영화의 주인공 정약전은 정치체계에 대한 변화보다는 백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평생을 바치는데, 여기에 우리의 삶의 자리에 대한 중요한 모델이 있다.

 

 

부동산 관련 문제로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가는 변화와 개혁에 지지하면서도, 이런 이슈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관한 관심과 도움이 줄어들지 않는지 살펴야 하지 않을까?

 

신앙인은 세상에 속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사람처럼 설어야 한다. 힘든 시기일수록 주변의 이웃들을 살펴 드러나지 않는 어려움과 고통을 나눌 때 주님의 평화는 우리 안에 자리할 것이다.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님 글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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